진흙소가 물을 건너듯 살아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진흙으로 만들어진 소는 물을 건너면 자신의 형체가 사라진다. 그것을 알면서도 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지금의 모습을 버려야 새로운 모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할 만큼 인상적인 글이었지만, 그렇게 살지는 못했다. 지금의 모습을 잃을까 두려워 안정적인 길을 찾았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당시의 내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을 너무 꽉 쥐고 있었다.
주인공 리즈는 서른 무렵에 삶에 회의를 느끼다가 1년 동안 해외여행을 한다. 갑자기 인도에 간다고 누구나 깨달음을 얻는 것은 아니다. 그런 류의 여행 환상에 기대고 있는 영화가 아닌지 의심을 가지면서 봤다. 리즈의 여정을 따라가보니 영화에서 여행은 상징적인 소재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길에 오르려는 시도 그 자체를 말한다.
마음만 먹으면 해외로 떠나 1년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 여유를 가진 제1세계 여성. 성공한 작가, 아내로서의 모습. 이렇게 사회가 만들어놓은 인생루트를 잘 따라가도 채울 수 없는 결핍은 있다. 아니면 그 루트만을 따라갔기 때문에 생기는 결핍일 수도 있다. 리즈는 그 결핍을 관계를 통해 메우려하다가 실패했다. 내면의 공허함을 남을 통해 채우려 하면 탈이 난다. 여행 중에도 리즈에게 너는 여자니까 남편이 필요하다고 충고하는 사람들을 만나는데, 리즈는 이미 실패해봤기 때문에 그것이 답이 아님을 안다.
리즈는 로마의 아우구스테움에 가서 모든 것은 변하고 변함으로써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우구스테움은 전쟁으로 파괴되기도 하고 한때 투우장이었다가 음악당이었다가 지금은 노숙자들의 잠자리로 쓰이고 있다. 리즈는 파괴는 선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끝없는 변화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endless waves of transformation, 오래 기억하고 싶다.
"We all want things to stay the same, David.
Settle for living in misery, because we're afraid of change, of things crumbling to ruins.
Then I looked around in this place, at the chaos it's endured the way it's been apated, burned, pillaged then found a way to build itseld back up again, and I was reassured.
Maybe my life hasn't been so chaotc. It's just the world that is and the only way real trap is getting attached to any of it.
Ruin is a gift. Ruin is the road to transformation.
Even in this eternal ciry, the Augusteum showed me that we must always be prepared for endless waves of transformaion.
Both of us deserve better than staying together because we're afraid we'll be destroyed if we don't."
돌이켜보면 변화가 두려워 고통에 안주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해왔다. 혼란스럽던 시기는 모두 스스로 변화를 결정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해서였다. 인도의 파괴의 신이 추앙받는 이유는 파괴만이 창조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하루 아침에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내면이 단단한 용기있는 인간이 되지는 못할지라도, 연습해나가겠다. 발을 더 멀리 뻗어보고, 낯선 곳에 가고, 변화의 두려움과 혼돈을 관통해나가겠다.
그리고 이탈리아에 가보고 싶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 2010 / 라이언 머피 / 2시간 19분
<Eat Pray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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